재해 장해 뒤 사망 — 고정된 장해와 일시적 장해를 가르는 네 가지 요소
열손사· 조회 2
재해로 장해 판정을 받은 사람이 얼마 뒤 숨지면 유족은 장해보험금과 사망보험금 중 무엇을 받게 되는지 혼란스럽다. 대법원은 그 장해가 이미 굳어진 상태였는지, 아니면 사망으로 가는 도중에 잠깐 나타난 상태였는지로 판가름한다. 한 계약 안에 두 보험금이 같이 있고 약관에 중복 지급 조항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둘 중 하나만 지급된다.
핵심만 먼저
- 장해보험금은 살아 있는 피보험자의 장해를, 사망보험금은 재해와 인과관계 있는 사망을 보상한다.
- 같은 재해로 둘 다 생겼고 중복 지급 규정이 없으면 하나만 받는다.
- 증상이 고정됐다면 장해보험금, 고정되지 않고 사망으로 진행됐다면 사망보험금이다.
- 판단을 그르치면 보험금을 놓치거나, 이미 받은 장해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
두 보험금이 겨냥하는 것
장해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재해로 몸에 장해가 남았지만 생존해 있을 때 그 장해를 보상한다.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숨졌다는 사실 자체가 지급 사유이고, 그 사망이 재해와 인과관계로 이어져 있어야 한다.
두 보험금의 전제가 정반대이기 때문에, 같은 재해에서 장해와 사망이 차례로 생겼다고 해서 둘 다 나오지는 않는다. 약관이 중복 지급을 따로 정해 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은 둘 중 하나다.
법원이 쓰는 구분선
대법원은 장해 상태를 두 갈래로 나눈다.
고정된 장해상태는 회복이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호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도 그 시기가 매우 불확정적인 경우다. 이렇게 증상이 고정됐다고 보면 장해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사망으로 진행되는 일시적 장해상태는 증상이 자리 잡지 못한 채 사망으로 가는 과정에서 잠시 나타난 장해다. 이때는 중간에 장해진단을 받았더라도 장해보험금이 아니라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어느 쪽인지 가늠하는 요소
고정과 일시를 가르는 것은 한 가지 사정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합쳐 본 결과다. 법원이 살피는 것은 다음 네 가지다.
- 장해진단 시점부터 사망까지 걸린 기간. 얼마나 오래 그 상태로 살았는지가 무게 있는 기준이 된다.
- 재해로 입은 상해의 종류와 정도. 부상이 얼마나 심각하고 어떤 성격인지.
- 장해가 남은 부위와 장해율. 어디에 어느 정도의 장해가 남았는지.
- 직접 사인과 장해의 관계. 사망의 직접 원인이 재해로 생긴 장해와 얼마나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지.
판례에 적용해 보면
한 피보험자가 사고로 머리를 다쳐 사지마비가 됐고, 장해 1급 진단을 받아 보험회사로부터 장해보험금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1년 4개월 뒤 폐렴으로 숨졌다.
하급심은 이 장해를 사망으로 가던 중의 일시적 상태로 봤다. 그래서 이미 지급된 장해보험금은 부당이득이고 사망보험금만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피보험자는 장해진단 뒤 약 9개월 동안 같은 장해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 있었고, 직접 사인인 폐렴도 장해로 면역력이 떨어진 결과였다. 대법원은 이를 고정된 장해상태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따라서 이미 나간 장해보험금은 정당하고, 사망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에서 읽어야 할 것
진단 뒤 사망까지의 기간, 그리고 사망 원인이 장해에서 비롯된 합병증인지가 고정 여부 판단의 중심에 있었다. 장해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져 굳어졌다고 볼 수 있으면, 나중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더라도 이미 받은 장해보험금은 정당한 것으로 남는다. 반대로 하급심처럼 일시적 상태로 판단되면 받은 장해보험금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점도 이 사건이 보여 준다.
정리하면
재해 뒤 장해와 사망이 이어진 사건은 의학적 소견, 약관 해석, 법리가 한꺼번에 얽힌다. 기준은 증상 고정 여부이고, 그 판단은 진단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상해의 정도, 장해 부위와 장해율, 사인과 장해의 관계를 함께 보고 내린다. 사안마다 사실관계가 다르므로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미리 단정할 수 없고, 청구 전에 이 네 가지를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다.
이 글과 닿는 지식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어서 읽기
이 글의 실무 견해는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