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연금 받은 뒤 사망하면 사망보험금도 나오나 — 대법원 2011다45736이 본 증상 고정
열손사· 조회 1
같은 사고로 장해 판정을 받고 장해연금까지 받은 사람이 나중에 숨졌다면,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따로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2011다45736 판결은 이 물음에 "증상이 이미 고정된 장해였다면 사망보험금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약관에 둘 다 지급한다는 별도 규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고에는 장해와 사망 가운데 하나만 보상된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핵심만 먼저
- 장해보험금은 살아 있는 사람의 불편을, 사망보험금은 죽음 자체를 보상한다. 둘은 서로 배타적이다.
- 갈림길은 "증상 고정"이다. 고정됐으면 장해, 고정되지 않고 나빠지다 숨졌으면 사망의 과정으로 본다.
- 이 사건에서는 장해진단 뒤 약 9개월을 같은 상태로 살았기 때문에 고정된 장해로 판단됐고, 유족이 졌다.
- 약관이 애매하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읽는다는 원칙은 있지만, 중복 지급 규정 자체가 없으면 그 원칙도 쓸 곳이 없다.
어떤 사건이었나
피보험자 A씨는 휴일에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고, 그 결과 사지마비가 됐다. 보험회사는 제1급 재해장해연금으로 약 4,2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장해진단을 받고 9개월쯤 지나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폐렴 때문에 사망했다.
유족은 휴일재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보험회사는 장해연금을 이미 냈으니 더 줄 것이 없다고 맞섰고, 다툼은 대법원까지 갔다. 쟁점을 한 줄로 줄이면, 장해진단 당시 A씨의 상태가 굳어진 장해였는지 아니면 사망으로 향하던 중간 상태였는지다. 앞쪽이면 장해연금으로 보상은 끝나고, 뒤쪽이면 장해연금이 아니라 사망보험금이 맞는 보상이 된다.
법원이 세운 두 가지 기준
첫째는 생존과 사망이 서로를 밀어낸다는 점이다. 장해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남은 장애를 메워 주는 돈이고,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죽었다는 사실에 붙는 돈이다. 약관이 두 가지를 겹쳐 주겠다고 따로 정해 두지 않았다면, 같은 사고에서 둘을 모두 받는 것은 보험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법원은 봤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증상이 고정됐는지다. 충분히 치료했는데도 더 나아질 여지가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장해이고, 장해보험금 청구 대상이 된다. 반대로 증상이 자리 잡지 못한 채 계속 악화되다가 사망했다면, 그 사이에 장해진단서가 나왔더라도 사망으로 가는 도중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이때는 장해보험금이 아니라 사망보험금만 지급 대상이다.
왜 고정된 장해로 봤나
법원은 A씨의 상태를 이미 굳어진 장해로 판단했고, 근거는 세 가지였다.
- 생존 기간이 길었다. 사고 뒤 약 1년 4개월, 장해진단 뒤로도 약 9개월을 같은 상태로 지냈다. 사망 직전의 일시적 단계라고 보기에는 기간이 너무 길다.
- 상태가 바뀌지 않았다. 뇌손상 후유증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이어졌고, 면역력이 떨어져 생긴 폐렴이 직접 사인이 됐다. 뇌손상은 그 전에 이미 고정돼 있었다는 의미다.
- 장해연금은 제대로 지급된 것이었다. 증상이 고정됐다고 보고 연금을 받은 이상, 뒤에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 사망보험금을 별도로 청구할 수는 없다.
약관 해석 원칙은 어디까지 통하나
판결은 약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다시 확인했다. 약관은 평균적인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한다. 그렇게 읽어도 뜻이 둘 이상으로 갈리면 약관을 만든 보험회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유리한 쪽을 택한다.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다.
다만 이 사건 약관에는 장해연금과 사망보험금을 함께 준다는 규정이 처음부터 없었다. 해석이 갈릴 문구 자체가 없었으니, 대법원은 원칙대로 한 가지만 지급하면 된다고 결론 내렸다.
비슷한 처지라면 먼저 볼 것
- 장해진단을 언제 받을지. 상태가 빠르게 나빠지는 중이라면 진단을 서두르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면서 장해보험금과 사망보험금 중 어느 쪽이 유족에게 실제로 나은지 따져 봐야 한다.
-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사고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분명한지, 사고와 상관없는 질병이 끼어들었는지에 따라 보상 범위가 달라진다.
- 약관의 특별 규정. 모든 상품이 중복 지급을 막는 것은 아니다. 특약이나 별도 조항에 따라 둘 다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약관 전체를 확인해야 한다.
정리하면
장해와 사망이 같은 사고에서 이어졌을 때 보험금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증상 고정 여부다. 이 판결처럼 그 판단 하나로 수천만 원이 오간다. 고정된 장해로 이미 보상을 받았다면 사망보험금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는 약관에 중복 지급 규정이 있을 때뿐이다. 진단 시점, 사망 원인, 약관 조항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글과 닿는 지식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어서 읽기
이 글의 실무 견해는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