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같은 회사 동료라면 산재 구상 못 한다 — 대법원 2021다263748
열손사· 조회 0
같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가 가해자라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동료에게 산재보험 구상권(대위)을 쓸 수 없다. 동료 근로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말하는 제3자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유족에게 보험급여가 나간 사건에서, 가해 동료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을 깨고 돌려보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다263748 판결).
핵심만 먼저
- 구상권은 공단이 지급한 급여 한도에서 재해 근로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 제3자는 재해 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으면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 같은 사업주의 동료가 한 가해는 사업장 위험이 현실이 된 것으로 보고 공단이 최종 부담한다.
-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이 바뀌지 않았다. 다만 성희롱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됐다.
구상권의 구조
산재보험급여가 나가면 공단이 가해자에게서 그 돈을 되받는 구상 절차가 있다. 가해자가 바깥 사람이 아니라 같은 회사 동료라면 어떻게 되는지가 이 사건의 물음이다.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쟁점이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이 제3자의 행위로 생긴 재해에 보험급여를 지급했다면, 그 급여액 한도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이 제3자에게 가진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정한다. 대위는 피해자의 권리를 법에 따라 넘겨받아 대신 쓰는 것이다. 이중으로 배상받는 것을 막고, 실제 가해자에게 마지막 부담을 지우려는 장치다. 결국 핵심은 제3자가 누구냐다.
제3자의 범위 — 법원이 쓰는 정의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제3자를 재해 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으면서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왔다(대법원 1986. 4. 8. 선고 85다카2429 판결 등).
무게는 산재보험관계가 없다는 데 실려 있다. 교통사고 상대방 같은 바깥 사람이면 공단이 구상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업장 안에서 벌어진 일은 다르게 본다. 사업장 내부의 위험이 현실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동료가 제3자에서 빠지는 이유
대법원은 동료 근로자의 가해로 다른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면, 그 가해는 사업장이 안고 있던 위험 하나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봤다. 이런 위험은 공단이 최종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 책임보험적 성격에 맞는다.
그래서 가해 동료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를 맺은 사람이 되고, 제3자에서 빠진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다33691 판결 참조). 구상 여부를 검토할 때는 가해자가 내부 동료인지 외부인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원심이 틀렸다고 본 부분
원심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처럼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아주 큰 경우라면 가해 동료가 궁극적 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다며 구상을 허용했다. 대법원은 이것이 제87조 제1항의 제3자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파기환송했다.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동료가 제3자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희롱 · 성추행과 피해자의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뒀다. 업무상 재해는 인정되지만, 공단이 가해 동료에게 구상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자주 헷갈리는 점
직장 내 성희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산재로 인정되느냐는 질문에, 이 사건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산재 인정은 사실관계마다 달라지니 구체적 사정을 함께 봐야 한다.
가해 동료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공단의 구상 대상이 아닐 뿐이고, 피해자나 유족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나 형사책임은 따로 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업체 직원이 가해자라면 같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제3자가 돼 구상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도급이나 파견 같은 관계가 끼어 있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따로 검토해야 한다.
정리하면
산재보험 구상권은 공단이 제3자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제도다. 같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는 그 제3자에서 빠져 구상 대상이 아니고, 가해행위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산재 구상이나 직장 내 재해 배상을 다툴 때는 가해자의 지위부터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글과 닿는 지식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어서 읽기
이 글의 실무 견해는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