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9회 정상 판정 뒤 폐암 4기 — 진단 지연 과실과 위자료가 인정된 조정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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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원에서 2010년부터 2017년 5월까지 흉부 방사선 검사가 포함된 건강검진을 9번 받고 모두 정상이라는 결과를 들은 60대 남성이, 두 달 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2018년 3월 21일 숨졌다. 조정위원회는 수년간 같은 부위의 음영이 커지고 있었는데도 추가 검사를 하거나 권하지 않은 것은 진단 지연 과실이라고 봤다. 다만 배상 범위는 조기 진단 기회를 잃게 한 데 따른 위자료로 한정했다.
핵심만 먼저
- 2015년 흉부 X-ray에서 왼쪽 폐 음영이 늘어난 것이 보였고, 2016년과 2017년에 점점 커지고 뚜렷해졌다.
- 반복 검사에서 같은 부위의 변화가 확인되면 CT 같은 정밀검사를 하거나 환자에게 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폐암이 생긴 것 자체나 치료비 · 일실수입 전부를 병원 책임으로 본 것은 아니다.
- 위자료는 망인 2,000만 원, 배우자 1,500만 원, 자녀 2명 각 1,000만 원으로 산정됐다.
- 상속분을 반영한 실제 지급액은 배우자 23,571,000원, 자녀 각 15,714,000원이다.
시간 순서로 본 사건
망인은 2010년부터 2017년 5월까지 같은 의원에서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았다. 흉부 방사선 촬영이 들어간 검진이었고, 아홉 차례 모두 정상 소견을 받았다. 마지막 검진 직후인 2017년 7월, 왼쪽 다리가 아파 다른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4기에 뼈 전이까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이어 갔지만 2018년 3월 21일 사망했다. 정상이라는 마지막 판정에서 말기 진단까지 걸린 시간은 두 달 남짓이었다.
양쪽이 내세운 논리
유족은 7년 넘게 빠짐없이 검진을 받았는데도 4기가 될 때까지 암을 찾지 못한 것은 영상 판독을 잘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일찍 발견했다면 치료할 기회가 있었고 더 오래 살 수도 있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의원 측의 설명은 진단이 원래 어려웠다는 것이다. 당시 흉부 사진에서 뚜렷한 결절은 보이지 않았고, 의심스러운 음영은 결핵을 앓았던 흔적이나 섬유화로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병변이 혈관과 기관지, 늑연골의 그림자와 겹치는 자리에 있어 단순 방사선 사진으로는 가려내기 힘들었고, 암의 크기도 작고 호흡기 증상도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위원회가 무게를 둔 것
판단의 기준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사진들의 흐름이었다. 2014년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2015년 촬영에서 왼쪽 폐의 음영이 늘어난 것이 확인됐고, 2016년과 2017년 촬영에서는 같은 음영이 갈수록 커지고 선명해졌다. 한 번 스쳐 간 소견이 아니라 몇 해에 걸쳐 변화가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위원회는 건강검진의 존재 이유가 병을 일찍 찾는 데 있다고 짚었다. 반복된 검사에서 같은 자리의 음영 변화가 보였다면 의료진은 흉부 CT 같은 추가 검사를 직접 하거나 적어도 환자에게 받아 보라고 권했어야 한다. 해당 의원은 CT를 찍지 않았고,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기회가 사라졌고, 위원회는 이를 진단 지연에 해당하는 의료과실로 판단했다.
배상은 어디까지였나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었다. 폐암이 발생한 것은 병원 탓이 아니고, 치료비와 일실수입 전부를 물어내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이 책임질 부분은 조기 발견의 기회를 빼앗은 데 있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위자료는 망인 본인 2,000만 원, 배우자 1,500만 원, 자녀 두 명 각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망인 몫을 상속분에 따라 나눈 뒤 실제로 지급할 금액은 배우자 23,571,000원, 자녀 각 15,714,000원이다. 정해진 기한을 넘겨 지급하면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검진을 받는 사람이 기억할 것
정상이라는 한마디로 안심하기 전에 올해 결과를 지난해 결과와 비교해 봤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애매한 소견이 해마다 반복된다면 CT 등 정밀검사를 요청하는 것은 환자의 정당한 권리다. 또 건강검진도 엄연한 의료행위이므로 의료진에게는 주의의무가 있고, 이상 소견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정리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의사가 암을 놓쳤다는 사실 자체보다, 의심할 만한 변화가 여러 해 보였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책임은 인정됐지만 범위는 기회 상실에 대한 위자료로 좁혀졌다. 검진 결과지에 조금이라도 모호한 표현이 있다면 묻고, 필요하면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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