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익수 사고와 공작물책임 — 로프로만 나눈 성인 · 어린이 구역은 하자(대법원 2017다14895)
열손사· 조회 0
만 6세 아이가 야외 수영장의 성인용 구역에 빠져 무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사건에서, 대법원 2017다14895 판결은 성인용과 어린이용 구역을 코스로프 한 줄로만 나눈 구조 자체가 설치 · 보존상 하자라고 보고 관리자의 민법 제758조 공작물책임을 인정했다. 보호자가 아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은 과실상계에서 따질 문제이지 관리자 책임을 없애는 사유가 아니라고 했다.
핵심만 먼저
- 하자란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 법령을 어기지 않았더라도 사회통념상 위험하다면 하자가 될 수 있다.
- 사고 가능성, 피해의 중대성, 방지 비용, 방지 조치의 현실성을 함께 따진다.
- 수심 표시를 벽면이 아니라 테두리에만 한 점도 문제 삼았다.
- 보호자 과실이 함께 원인이 돼도 관리자의 책임은 따로 성립한다.
사고가 난 수영장의 구조
서울의 한 야외 수영장은 하나의 수영조 안에 수심 1.2m인 성인용 구역과 0.8m인 어린이용 구역을 두고, 그 사이를 코스로프로만 갈라 놓았다. 만 6세 아이가 어린이 구역에서 놀다가 혼자 물가로 다시 달려가던 중 튜브 없이 성인용 구역으로 빠져 의식을 잃었다. 아이는 무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사지가 마비되고 두 눈이 실명됐다. 부모는 수영장을 관리하는 공단에 민법 제758조의 공작물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이 하자를 판단하는 방식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나 보존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생기면 점유자가 배상하도록 정한다. 쟁점은 하자의 의미였다. 대법원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맞게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하자라고 했다. 형식적으로 법령 기준을 지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통념에 비춰 위험하다면 하자가 인정될 수 있다.
판단 요소로는 사고가 날 가능성, 사고가 났을 때 피해가 얼마나 무거운지, 사고를 막는 데 드는 비용, 방지 조치를 현실적으로 할 수 있었는지를 들었다. 이는 법경제학의 Hand Rule(B < P×L)과 같은 논리다. 방지 비용(B)이 사고 확률(P)과 피해 규모(L)를 곱한 예상 손해보다 작은데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진다는 취지다.
이 수영장에서 문제가 된 세 가지
첫째, 구역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지 않았다. 줄 하나로만 나뉘어 있어 아이가 손쉽게 성인 구역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그 나이의 아이는 충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
둘째, 수심 표시가 제자리에 없었다.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은 수영조 벽면에 수심을 표시하도록 하는데, 이 수영장은 테두리에만 표시해 두었다. 대법원은 법령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곧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셋째, 위험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판결문은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인용해 12세 이하의 수영장 사고 비율이 성인보다 2.5배 높고 9세 이하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수영장 관리자라면 어린이 사고 위험을 내다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호자 책임과의 관계
원심은 보호자가 아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대법원은 보호자의 과실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되더라도 공작물의 하자가 인정되면 관리자의 책임은 그와 별개로 성립한다고 봤다. 보호자 과실은 배상액을 줄이는 과실상계에서 반영할 사정이고, 관리자 책임 자체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판결이 넓힌 법리
- 법령 기준을 채운 것과 안전성을 갖춘 것은 다르다. 실질적 안전이 부족하면 하자가 될 수 있다.
- 위험과 비용을 비교하는 Hand Rule식 접근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 어린이가 이용하는 시설에는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이 요구된다.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는 경우
- 성인 구역과 어린이 구역이 구조적으로 섞여 있다
- 수심 표시가 부족하다
- 안전요원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았다
- 구조상 위험 요소가 방치돼 있다
- 사고를 막는 데 드는 비용이 크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가 다친 사고는 법원이 더 엄격하게 본다.
정리하면
대법원 2017다14895 판결은 수영장 구조가 안전하지 않았다면 보호자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관리자가 책임을 진다고 했다. 공작물책임은 누가 부주의했느냐보다 시설에 구조적 위험이 있었느냐를 따지는 법리이고, 그 판단은 법령 준수 여부를 넘어 예상 피해와 방지 비용을 견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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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실무 견해는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