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 흡인에만 매달리다 응급벨이 늦었다 — 간호사 유죄, 담당 · 마취의사 무죄(대법원 2005도8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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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뒤 병실에서 호흡곤란을 보인 환자에게 가래 흡인만 반복하다 응급조치를 늦춘 간호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이 인정됐다. 같은 사건에서 담당의사와 마취의사는 무죄였다.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5도8360 판결은 의료과실을 결과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었느냐로 판단하고, 의사의 지도 · 감독 의무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준다.
핵심만 먼저
- 과실 판단의 두 축은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다.
- 기준은 같은 업무 ·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 정도이며, 당시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한다.
- 간호사는 호흡곤란 징후를 확인했다면 저산소혈증을 예견할 수 있었고, 곧바로 응급벨을 눌렀다면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됐다.
- 의사가 간호사의 모든 보조행위에 입회해 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 8년의 숙련 간호사에게 응급 시 의사를 부르라는 지시가 미리 내려져 있었다.
병실에서 벌어진 일
피해자는 하악골 골절을 접합 · 고정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실을 거쳐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환자가 목을 가리키자 간호사 C는 가래를 빼 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흡인기구로 가래를 빨아내려 했다. 가래는 잘 나오지 않았고 환자는 "칵칵" 소리를 냈다. C는 기구가 고장 났다고 생각하고 다른 흡인기구를 가지러 병실을 떠났다.
그사이 환자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상반신을 벌떡 일으켜 무언가를 뱉으려 하는 등 호흡곤란을 보였다. C는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흡인을 계속하다 시간을 보냈고, 환자가 청색증을 보이며 의식을 잃고 나서야 응급벨을 눌렀다. 응급벨이 울린 뒤 2~3분 사이 담당의사와 응급소생팀이 달려와 기관삽관과 심장마사지로 생체징후를 되살렸지만 환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결국 숨졌다. 무호흡이 5분가량 이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뇌손상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실을 재는 틀
대법원은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 예견하지 못했는지, 피할 수 있었는데 피하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그 기준은 같은 일을 하는 평균적인 의료인의 주의 수준이고, 사고 당시의 의학 수준, 의료 환경과 조건, 해당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함께 본다.
이 틀을 간호사 C에게 적용하면 두 축이 모두 채워진다. 환자의 호흡곤란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빠른 응급조치가 없을 때 저산소혈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내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흡인에 매달리지 않고 호흡곤란이 시작된 시점에 바로 응급벨을 눌렀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C의 과실이 결과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됐다.
의사들이 책임을 벗은 이유
검사는 간호사를 지휘한 담당의사 A와 마취의사 B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의 전제는 이렇다. 간호사가 진료를 보조할 때마다 의사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하나하나 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일반적인 지도 · 감독으로 충분할 수 있다. 어느 쪽인지는 보조행위의 위험성, 그때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를 종합해 사건마다 판단한다.
C는 경력 8년의 숙련된 간호사로 수술 내용을 잘 알고 있었고, 응급상황이 생기면 의사를 부르라는 처치명령도 미리 받아 둔 상태였다. 환자가 호흡곤란 징후를 보이기 전까지 A의 일반적 지도 · 감독은 충분했고, C가 흡인에만 매달려 응급벨을 늦출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려웠다. B도 환자를 마취 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시킨 뒤 옮긴 점이 인정됐다. 1심이 두 의사에게 선고한 무죄를 원심이 유지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했다.
분쟁에서 볼 지점
이 판결처럼 의료사고의 책임은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고 단계와 역할에 따라 갈린다. 그래서 언제 어떤 징후가 있었고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촘촘히 되살리는 작업이 과실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환자나 유족 쪽에서는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받쳐 줄 구체적인 정황을 모아야 한다. 간호기록, 활력징후 측정 시각, 응급벨 호출 시각 같은 자료가 그 재료다. 의료기관 쪽에서는 환자 관찰 기록, 응급상황 보고 시점, 처치명령 전달 내용을 남겨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인다. 배상이나 보험금 다툼에서도 이 두 축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면
대법원 2005도8360 판결은 의료과실을 같은 직종 보통인의 주의를 기준으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으로 따진다는 틀을 확인했다. 응급조치를 늦춘 간호사에게는 과실이 인정됐지만, 일반적인 지도 · 감독으로 충분했던 담당의사와 마취의사에게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의료사고 책임은 단계와 역할마다 갈릴 수 있어, 시점별 기록이 결과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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