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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사인SONSAIN

사인 불명 사망에서 부검을 거부하면 — 에어컨 저체온증 상해사망 사건(2010다12241)

열손사· 조회 0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사건에서 유족이 부검을 거부해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면, 그 불이익은 유족이 진다. 대법원은 에어컨을 켜 둔 원룸에서 자다 숨진 피보험자 사건에서 이렇게 판단하고 상해사망보험금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수사기관은 냉방으로 체온이 떨어져 숨졌을 것으로 보고 사건을 닫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핵심만 먼저 - 상해사망보험금의 외래성, 그리고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보험금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한다. - 다른 원인이 안 보인다는 것만으로 외부 요인 사망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 에어컨을 켜고 자다 저체온증으로 숨진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학회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 보험사가 수익자를 잘못 알고 남편과 맺은 합의는 실제 수익자인 자녀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았다. 사건의 경과 피보험자는 만 35세 여성이었다. 2007년 9월 원룸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문도 창도 모두 닫혀 있었다. 에어컨이 켜져 있어 방 안이 매우 찼고, 외부 침입 흔적이나 몸의 외상은 없었다. 시신을 살핀 의사는 어떤 죽음인지, 무엇 때문인지 둘 다 알 수 없다고 기록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방 안 상황만 보고 체온 저하로 숨졌다고 추정하며 내사를 종결했다. 보험사(A 손해보험사)는 질병사망보험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남편에게 줬다. 문제는 약관이 정한 수익자가 남편이 아니라 아직 성년이 안 된 자녀였다는 점이다. 자녀 쪽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숨졌다며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고, 1심과 2심은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 사망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외래의 사고는 누가 증명하나 외래의 사고란 사망 원인이 질병이나 체질 같은 내부 요인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외부 요인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입증할 부담은 보험금을 달라는 쪽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인과관계는 실험실 수준의 의학적 증명이 아니라, 법이 사회 통념에 따라 따지는 인과관계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빈틈없이 입증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는 있어야 한다. 다른 원인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방식만으로는 모자라고, 외부 요인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증거가 받쳐 줘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어,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에어컨 속설에 대한 전문가 의견 대법원이 무게를 둔 것은 한국배상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였다. 내용은 이렇다. -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 저체온증으로 숨지려면 심부체온이 8~10℃ 이상 떨어져야 한다. - 몸 겉을 식히는 바람만으로는 건강한 사람의 몸속 온도가 그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 에어컨은 산소를 쓰지 않으므로 밀폐된 방에서도 질식할 가능성이 없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고 자면 죽는다는 믿음은 근거 없는 속설이라는 것이 학회 의견이었다. 발견 당시 몸이 차가웠던 것도 사망으로 체온조절기능을 잃어 실온까지 체온이 내려간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저체온증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이 학회 의견을 제대로 된 이유 없이 무시했다고 봤다. 그리고 냉방을 켜고 잠든 사실이 죽음을 불렀다는 연결 고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막연한 추정이나 널리 퍼진 속설에 기댄 청구는 같은 벽에 부딪히기 쉽다. 부검을 하지 않은 대가 이 판결에서 가장 무거운 대목은 부검이다. 사인이 분명하지 않아 다툼이 예상된다면 부검으로 사인을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방법이다. 검안만으로는 사인을 알 수 없는데 유족이 반대해 부검을 하지 못했다면, 부검을 했을 경우보다 유족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인을 짐작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수익자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쟁점이 하나 더 있었다. 보험사는 남편을 수익자로 잘못 알고 돈을 지급하면서, 앞으로 어떤 문제도 삼지 않겠다는 서면을 남편에게서 받아 두었다. 그러나 남편이 실제 수익자인 자녀의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어, 그 합의는 자녀에게 효력이 없다고 봤다. 돈을 받기 전, 서명하기 전에 증권과 약관에 수익자가 누구로 적혀 있는지 보는 일이 그래서 먼저다. 손해사정 실무에서도 사인 불명 사건이라면 검안서, 검시조서, 의무기록을 일찍 확보하고 목격자 진술, 현장 사진, 구급·경찰 기록처럼 외부 요인을 보여 줄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부검 여부는 장례 절차를 마치기 전에 유족과 신중히 상의해야 한다. 정리하면 상해사망보험금의 외래성과 인과관계는 청구자가 증명해야 하고, 에어컨으로 인한 저체온증 사망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다. 사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부검을 마다했다면 그 결과는 유족 몫으로 돌아온다. 부검은 장례 뒤에는 되돌릴 수 없으므로 판단 시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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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실무 견해는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