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은 실제 손해만큼만 보상한다. 그 손해를 재는 기준이 보험가액(피보험이익을 돈으로 평가한 값)이고, 원칙은 사고가 난 때 · 곳의 가액이다. 그런데 미술품 · 선박 · 특수 설비처럼 사고 뒤에 값을 다시 매기기 어려운 물건은 다툼을 줄이려고 계약 때 가액을 합의해 둔다. 이렇게 합의한 가액을 협정보험가액이라 하고, 그런 보험을 기평가보험이라 한다. 합의가 없으면 미평가보험이고, 사고 때의 시가로 보험가액을 정한다.
기평가보험의 합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상법 제670조는 합의한 가액을 사고 때의 가액으로 “추정”할 뿐이고, 사고 때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면 사고 때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한다. 보험으로 이득을 보지 않게 하려는 이득금지 원칙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 2015도6905 는 허위 매매계약서로 초과보험 상태를 만든 뒤 가액을 숨기고 보험금을 청구한 것을 사기죄의 기망으로 봤다. 보험자가 알았다면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지도, 협정보험가액대로 지급하지도 않았을 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에서 증권의 “차량가액”이 협정보험가액인지가 다퉈진 적이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 제2017-15호는 당시 약관과 보험개발원 차량기준가액표 체계에 비추어 증권의 차량가액 기재만으로는 보험가액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 계약은 기준가액표와 다른 가액으로 맺어져 약관 후문이 적용되고, 증권 가액이 사고 때 가액을 현저히 초과한다는 증명책임은 보험회사에 있다고 했다. 결론은 가입 때 차량가액에 보험개발원 표준감가상각율을 적용한 값이었다. 지금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계약 때와 사고 때 모두 차량기준가액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