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의 책임은 원래 계약 뒤에 시작한다. 상법 제656조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최초의 보험료를 받은 때부터 책임이 개시된다고 하고, 질병 · 상해보험 표준약관 제25조도 회사가 청약을 승낙하고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때부터 보장한다고 적는다. 소급보험은 이 원칙에 대한 “다른 약정”이다. 계약서 · 증권에 보험기간의 시작이 청약일이나 보험료 납입일보다 앞선 날로 적혀 있으면 그 사이 기간도 보험기간이 된다. 운송 중인 화물을 출항 뒤에 보험에 붙이는 적하보험처럼, 보험이 필요해진 시점과 계약을 맺는 시점이 어긋나는 거래에서 주로 쓰인다.
소급 기간에 이미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되는지는 상법 제644조가 정한다. 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없는 것이면 계약은 무효지만,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무효가 아니다. 그래서 소급보험 분쟁은 대개 “계약 당시 누가 사고를 알았는가”로 모인다. 금감원 분쟁조정 제2002-2호는 선박 기관실에 해수가 들어온 것이 발견된 뒤 화주가 팩스로 적하보험을 소급 청약한 사건이다. 위원회는 계약은 일응 성립했다고 보면서도, 여러 화주가 같은 날 잇따라 청약하고 청약 직후 계약 유효 여부를 거듭 문의한 정황 등으로 청약자가 침수를 알고 청약한 것으로 추정했고, 영국법 준거약관에 따라 보험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봤다.
배상책임보험에서는 무엇을 보험사고로 보느냐에 따라 소급 문제가 생기지 않기도 한다. 대법원 98다54397 은 불량 원지로 만든 포도봉지가 찢어져 농가에 피해가 난 사건에서, 그 보험의 보험사고는 봉지 파손 자체가 아니라 파손으로 농가에 피해가 생긴 것이고 계약 체결 당시 사고가 이미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상법 제644조의 무효 사유가 아니라고 했다. 같은 쟁점이라도 약관이 보험사고를 어떻게 정의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